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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리

[ISSUE] 인공지능(AI)은 축복인가 비극인가

승해tmdhey 2021. 12. 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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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의 배경

 

컴퓨터가 없으면 대학교 수업 과제는 물론 입사 지원도 할 수 없다. 회사원이 일할 때도 근무 시간중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컴퓨터는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지만 컴퓨터 그 자체가 세상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컴퓨터는 공기처럼 세상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돼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컴퓨터 기술의 연장인 인공지능(AI, Aritificial Inteligence)에 대해서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해 살상하는 설정을 대중문화로부터 자주 접한 영향이 클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주제로 한 1979년 영화 '차이나신드롬'이 반(反)핵무기,원전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AI가 당장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컴퓨터에 한참 못 미친다. 1946년 만들어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Eniac)은 25m 길이에 무게가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기계였다. 오늘날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은 애니악 수만 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다.

 

AI 연구도 컴퓨터와 비슷한 시점인 195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발전이 너무 더뎌 많은 학자들을 좌절케 했다. AI에 관심이 커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로서 2010년대부터 딥러닝 기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 시리와 같은 음성 비서 영역부터 자율주행자동차의 인지,판단 시스템,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미술, 음악 등 창작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경제적, 사회적 발전 가능성을열었다.

 

2016년 3월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이겼을 때 사람들은 놀라긴 했지만 AI가 기보를 달달 외워 승률 높은 결과 값을 낸 것이라고 위로 삼았다. 하지만 AI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광고계에서는 인간 크리에이터와 AI 크리에이터가 '상큼한 10분간'아런 키워드로 껌 브랜드 클로렛츠의 광고를 각각 만들어 투표로 승자를 결정했다. 투표 결과 사람이 이겼지만 54대 46으로 근소한 차이였다. 2016년 KBS '명견만리'애서도 두 광고를 표결에 부쳤는데 이번에는 AI가 만든 광고가 25표나 더 얻어 이겼다.

 

딥러닝 (deep learning)
딥러닝이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구축한 기계 학습 기술이다. 딥러닝은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기계를 학습시킨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모든 판단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인지, 추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음성,이미지 인식과 사진 분석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AI는 인간의 도구에 불과한 약인공지능(weak AI)으로서 컴퓨터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 초보적 단계에서도 인간은 자신들이 AI에 대체되거나 종속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인간의 자아와 의식, 감정과 욕망까지 지닌 강인공지능(strong AI)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때 인간은 AI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AI가 인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을 초월한 AI는 인간에게 축복인가 비극인가. 

 

 

 


 

이슈의 논점
AI는 축복이다

 

고대 그리스가 철학과 예술을 꽃 피우며 서양 문명의 발상지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는 노예들이 노동을 전담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들이 창조적인 지식 활동에 전념했던 것이다. 근대화 이후 노예 제도가 사라졌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산업화와 자동화를 통해 바약적인 경제,문화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AI는 더 많은 단순 반복적 업무를 대체함으로써 노동 생산성과 효율성,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최근 울산의 한 도금 업체는 숙련 장인들의 감에 의존하던 도금 과정을 AI에 맡겼더니 과거 32%였던 초기 불량률이 4.9%로 낮아졌다. AI는 노동자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감정 노동을 맡을 수도 있다. 콜센터 상담원을 AI로 대체하면 감정적인 대응이 불가하므로 블랙 컨슈머도 사라질 것이다.

 

육체노동은 물론 서비스,전문직 산업에서도 AI는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비즈니스 의사 결정 등에 활용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AI 변호사, AI 의사가 대형 법무법인이나 대형 병원에 '취직'해 활약하고 있다.

 

AI 변호사는 담당 변호사 여러 명이 몇 달씩 걸려 작업하던 관련 법 조항 검토와 판례 분석 등 사전 조사 업무를 20~30초 만에 해치운다. 뇌 MRI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AI는 4시간 정도 걸리던 판독 시간을 1분대로 대폭 줄였다. 손이 많이 가는 단순 업무를 AI에 맡겨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한다면 고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도의 종합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업무에서 AI의 수행 결과는 효율성을 넘어 더 공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 공분을 일으킨 중범죄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같은 범죄자 간에 형량이 들쭉날쭉할 때마다 차라리 AI 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일부 지역 법원에서는 AI를 재판 업무에 도입해 판사가 결정을 내리는데 활요하고 있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자동차가 생기면서 마부는 줄었지만 자동차를 생산 관리하는 인력이 수천 배 늘었다. AI 역시 단순 노동 일자리가 줄어들겠지만 AI 알고리즘 설계, 사후 관리 감독 등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AI 도입을 통한 생산, 유통 최적화는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AI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 발 나아가 더 나은 인간 삶의 조건을 향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AI기술을 통한 완전 자율 주행차는 교통사고 발생율을 크게 낮출 것이며 정확하고 빠른 치매,암 진단으로 건강 수명이 연장될 것이다. 범죄자 검거율은 높이고 범죄,사고 위험을 줄어들 것이다. 정확한 일기예보는 기상이변에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AI는 비극이다

 

AI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단연 일자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15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5년 내 인간과 기계의 노동 시간이 같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8500만 개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신 97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으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AI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적응과 성숙기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술적 실업 문제가 팽배할 것이다. 평생 같은 일을 했던 노동자가 직종을 옮기기는 쉽지 않다. AI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AI를 관리하며 유지, 보수하는 IT,과학 전문 기술직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광범위한 실업과 저임금 고통을 겪을 수 있다. 텔레마케터와 콜센터 상담원이나 운송업자, 노동 생산직은 물론 기자, 법률 상담, 회계, 의료 등 전문 서비스 직종 직업군이 AI로 대체될 것이다. 이미 패스트푸드저메서는 대부분 키오스크(무인 판매기)로 주문을 받고 있으며 점원이 한 명도 없는 무인 슈퍼마켓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가 대출 상담 업무까지 대신하면서 은행 창구 직원(텔러)과 오프라인 점포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AI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도맡아 효율성을 높일 뿐 고도의 분석과 창조력, 감성이 필요한 업무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란 낙관론도 장담할 수 없다. 문화, 음악, 회화 등 깊은 사유가 필요한 인간 고유의 영역 같았던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 변화의 초기에 기회를 잡는 사람들은 항상 소수였다. 산업사회가 만개한 19C 미국에서 철도, 석유, 광산, 철강 시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점해 엄청난 부를 쌓은 자본가들은 강도 남작(robber barons)라고 불렸다. AI로 인한 비용 절감과 노동 생산성 향상의 과실 역시 AI 플랫폼을 독점한 극소수 IT자본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극심한 부의 편중이 나타난 것처럼 인간으로부터 AI로의 전환 시기에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AI가 인간의 윤리와 존엄성을 혼란시키는 것이다. 강인공지능에 가까워질수록 AI는 인격성을 갖고 위험의 책임 주체가 된다. 인격성만 있고 인간성이 없는 AI 기기에 자율적 의사 결정 기능을 부여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람을 웃기라는 명령을 받은 AI는 망설임 없이 사람 얼굴에 전극을 찔러 넣을 것이다. 자국민들을 화학무기로 학살하는 시리아 같은 독재 국가에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구분해 사해하는 AI 살상 무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디지털 감시 체제가 면죄부를 얻고 있는 가운데 방역이나 치안, 방범을 내세워 AI가 사생활을 통제하는 것도 문제다. 감시와 통제가 사회 안전이나 방역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침해라는 더 큰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

 

AI에게 도덕을 가르쳐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안전한 AI를 만들 확률이 5~10%에 불과하다며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AI 개발 자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각을 금지한다고 생각을 멈출 수 없듯, 과학기술의 발전은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AI 개발 금지와 같은 비현실적인 방법보다는 AI에게 윤리와 도덕처럼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가르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AI 개발 단계부터 윤리적 가치판다는 사람이 내리고 AI는 사람을 돕는 기능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데 그치도록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

 

또한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윤리적 판단을 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AI로부터 파생된 피해에 대해서는 이를 가능하도록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과 AI의 공존을 고려한 새로운 윤리 규범 체계와 법체화의 정립이 요구된다.

 

 

 

출처: Eduwill